삶에서 이룰 가치가 있는 모든 일은 연습이 필요하다. 사실 삶 그 자체가 하나의 긴 연습기간이고 우리의 동작을 갈고 닦는 끝없는 활동이다.
- 토머스 스터너 Thomas Sterner
Peak: Secrets from the New Science of Expertise
엔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 로버트 풀(Robert Pool) 저
(국내 번역본: 1만시간의 재발견)
우리나라는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저)라는 서적을 통해 잘 알려진 ‘1만 시간의 법칙’의 원조 엔더스 에릭슨 교수가 쓴 ‘전문성’에 관한 책이다. 국내는 흔히 “1만 시간만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정도로 알려진 법칙인데, 사실 에릭슨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정 반대의 결론으로 퍼져버렸다. 이 책은 오히려 “왜 1만시간을 쏟아부어도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20년째 스타크래프트를?
단순히 시간을 쏟는다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스타크래프트를 20년 째 즐기는 어떤 50대 아저씨를 떠올려보면 된다. 하루 2시간씩 20년이면 14,600시간이다. 투자한 시간이 실력과 정비례했으면 이 아저씨는 진작 스타리그에 진출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저씨는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못한다.
연습의 세 가지 단계
이유는 단순하다. 무엇을 오랜시간 했다고 해도 실력이 늘지 않았다면, 아무 생각 없이 했다는 의미다. 연습에는 세 단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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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연습
: 별다른 집중과 생각을 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행위만을 반복하는 상태. 직접 해보지 않고 이론만 습득하는 상태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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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식 있는 연습(purposeful practice)
: 본인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고 반복해서 숙달된 상태로 만드는 연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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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 연습(deliberate practice)
: 아래 조건을 만족하는 분야에서 이뤄지는 목적의식 있는 연습으로, 그 방법론이 극한에 달한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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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지표가 명확한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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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매우 크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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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수백년 간 관련 기술이 매우 잘 정립된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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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이 은퇴 후 코치가 되고 다시 현역을 가르치면서 연습 방법 자체가 꾸준히 발달한 분야
의식적 연습의 조건들을 만족하는 분야가 음악(피아노, 바이올린 등), 각종 스포츠, 체스, 바둑 등이다. 사실 목적의식 있는 연습과 의식적 연습의 경계는 모호할 수 있다. 현대의 e-sports(게임)도 의식적 연습의 단계에 올랐다고도 볼 수 있을 만큼 많이 발전했다. 스타 경력 20년차 아저씨는 게임 분야에서 목적의식 있는 연습 단계조차 가보지 못하고 무의식적 연습을 20년간 반복했기 때문에 실력이 늘지 않은 케이스다.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의식적 연습이 효율이 가장 좋고, 이 방법으로 대략 1만시간을 보내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1만 시간은 독일의 한 음악학교 학생들이 유명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 위해 연습에 투자하는 시간을 추산해보니 대략 1만 시간이 되더라는 연구 결과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수재들이 모인 음악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실력과 직접 관련된 유일한 척도는 연습 시간이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더 효율적인 연습 방법의 예시
예시 없는 이론은 의미도 없고 이해도 안 된다. 무의식적 연습에서 의식적 연습으로 나아가는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물론 대부분의 분야는 의식적 연습이 정립될 만큼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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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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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연습
: 매일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게임하는 단계. 지면 소리를 지르며 키보드를 내려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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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식 있는 연습
: 매일 1시간 정도는 시간을 초 단위로 재면서 승률이 높은 빌드오더를 반복 연습한다. 본인의 약점인 컨트롤을 극복하기 위해 효율적인 부대지정을 실험하고, 특정 상황의 컨트롤을 꾸준히 숙달한다. 본인 게임의 리플레이를 챙겨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매일 프로 경기를 챙겨보며 전략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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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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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연습
: 매일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장에 들러 채를 아무렇게나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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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식 있는 연습
: 레슨프로에게 티칭을 받는다. 자신의 스윙 폼을 동영상으로 찍어 매일 분석하며 무너지는 자세를 다잡는다. 유튜브에서 레슨 동영상을 꾸준히 챙겨보며 본인이 취약한 부분을 집중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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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 연습
: 전 프로골퍼 출신에게 정식 티칭을 받으며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고속 카메라로 스윙을 분석하고 교정한다. 필요한 근육을 집중 강화하기 위한 전문 트레이닝을 받고, 숏게임도 거리별, 라이별, 경사별로 다양한 경우를 체계적으로 연습하고 기록하여 약점을 파악하고 집중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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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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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연습
: 매일 경로당에 들러 동네 할아버지들과 접바둑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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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식 있는 연습
: 바둑 사활 책을 보고 직접 두어가며 익힌다. 프로 기사들의 경기를 챙겨보면서 본인이라면 어떤 수를 뒀을 지, 같은 상황에서 프로들은 어떤 수를 두는지, 그 판단의 차이가 뭔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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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 연습
: 전 프로 기사 밑으로 들어가 먹고자며 매일 바둑을 둔다. 매 판마다 복기를 하면서 특정 부분부터 다시 두어보거나, 바둑 AI의 도움을 빌려 수를 하나하나 분석해 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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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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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연습
: 매일 노래방에 들러 1시간씩 목이 찢어져라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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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식 있는 연습
: 유튜브를 보면서 발성 연습을 따라한다. 유명한 노래를 카피하며 표현을 익히고, 혼자 이렇게 저렇게 소리를 내보며 본인의 약점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후두가 올라가는지, 목을 잡는지 등 발성적 문제점을 나름 분석하고 극복하기 위해 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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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 연습
: 전문 보컬 트레이너 밑에서 피드백과 함께 스케일링, 호흡법 등 본인에게 맞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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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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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연습
: 클론 코딩 강사나 국비학원 강사님이 쓰는 코드를 그대로 따라치고 결과물이 동작하는지를 확인한다. 필요한 게 있으면 구글 검색으로 블로그 글에 있는 코드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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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식 있는 연습
: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보며 본인이 무엇을 모르는 상태인지 명확히 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유명한 오픈소스의 코드를 틈틈이 읽으며 유명 개발자들이 짠 코드를 분석한다. 매일 코딩테스트를 풀며 본인과 다른 사람들의 풀이를 비교하고 개선점이 무엇인지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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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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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연습
: 책을 읽고, 암기하고, 문제를 풀고, 정답을 확인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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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식 있는 연습
: 책을 읽고 요약하고, 문제를 풀고 오답노트를 만들어 반복해서 본다. 공부법 관련 서적들을 탐독해 올바른 메타인지를 형성하고, 본인에게 맞는 공부법을 체화한다. 남들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개념들을 설명하고, 간격 반복 학습(SRS) 등을 통해 암기의 효율을 극도로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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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 연습
: 과목별로 최고의 과외 선생님을 붙여 상기의 방법들을 빠르게 피드백 받고 약점을 집중 공략해나간다.
참고로 의식적인 연습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힘든 시간이기 때문에, 초심자라면 매일 1시간 정도가 한계이고, 전문가도 4시간 정도 밖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분야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또한, 의식적인 연습을 진지하게 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깨진다. 예체능 계열이라면 전직 프로 출신 강사에게 집중 교습을 받아야하는데, 강사가 있는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것은 물론 레슨비, 장소 대여비, 장비비, 대회 참가비, 전지훈련비, 활동비 등 돈이 정말 많이 든다. 따라서 의식적인 노력은 사실상 제반 환경(국가, 나이, 부모의 재력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 수준에서는 목적의식 있는 연습까지만 해도 충분히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어쨌든 노력의 효율을 높이는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내가 무엇을 못하는지 파악한다(피드백)
2.
그것을 잘 할 수 있는 올바른 연습 방법을 찾는다
3.
열심히 연습한다
첫번째, 내가 무엇을 못하는지는 다음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1.
전문가(프로)의 결과물과 내 결과물을 비교한다
2.
전문가로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는다
두번째, 올바른 연습 방법은 다음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1.
직접 이런저런 연습을 시도해본다
2.
다른 사람들의 연습 방법을 조사해 시도해본다
3.
전문가로부터 직접 연습 방법을 지도받는다
본인의 부족한 점을 혼자 파악하고 효율적인 연습법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면 벤자민 프랭클린이 작가가 된 것처럼 혼자 전문가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만일 재능이 따로 있다면 스스로 깨우치는 메타인지를 재능이라 부르는 쪽이 맞다. 이정도 메타인지는 없더라도 결국 프로의 경기와 결과물 등을 보고 자신과 비교하고, 결과물을 카피해보고, 연습법을 묻고, 찾고, 연구하면서 노력하는 시간들이 누적되면 누구나 어느 분야에서든 성과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재능 vs 노력
이쯤 되면 감이 온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꺼리는 ‘머리쓰는 일’과 함께 연습을 하면 효율이 크게 오른다. 특히, 게임처럼 머리를 전혀 안 써도 되는 일이라면 효과가 훨씬 크다. 이런 연구 결과를 곡해한 것이 한 번쯤은 접해 봤을 다음 기사이다.
이 기사의 출처가 된 논문은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 위에서 검은 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의도적 연습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성과의 차이를 설명한다. 즉, 같은 시간 게임을 해도 누구는 잘 하고 누구는 못 한다면 의도적 연습이 그 이유를 26%만큼 설명한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흰색 부분은 선천적 재능이 아니라 의도적 연습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 많은 변수들이 포함된 부분이지, 절대 선천적 재능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 논문이 의도적 연습은 ‘생각보다는’ 결정적이지 않다는 논조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공부는 96%가 재능이다’라는 결론은 왜곡 보도다.
이 책에서 경고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재능론’이라는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다. 재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노력을 멈추게 되고, 실력이 늘지 않아 스스로의 재능론을 증명해버린다. 이는 또다시 자기 확증이 되어 노력을 멈추게 만드는 악순환이 된다. 위 왜곡 기사는 커뮤니티를 통해 이미 국내에 널리 퍼졌고 재능론자들의 ‘증거자료' 폴더에 고이 모셔져 재능 vs 노력 논쟁이 벌어질 경우 어김없이 등장한다.
타고나는 것은 잘하는 재능이 아니라, 열심히 하게 되는 재능
이 책은 올바른 연습 방법을 전제로, 투자한 시간만을 유일한 변수로 보기 때문에 ‘무언가를 잘 할 수 있도록 태어나는 재능’에 대해 부정하며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즉, 재능이란 ‘무언가를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게 되는 기질’로 보는 것이 올바르다고 이야기한다.
흔히 IQ라고 부르는 ‘지능’은 연습 초반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같은 나이에 체스를 시작하더라도 IQ가 높은 아이들이 룰을 더 빨리 깨우치고 앞서나간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넘어가면 지능과 실력의 상관관계가 끊어진다. 세계적인 바둑기사들은 아이큐가 100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보통 7 음절 정도의 단기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7162534’ 라는 랜덤한 7자리 숫자 정도는 짧은 시간 머릿 속에 붙잡아둘 수 있다는 의미다. 단기기억이 타고난 사람도 1~2음절 더 기억하는 정도이다. 번외지만 숫자가 ‘일,이,삼,사,오’ 처럼 한 음절로 숫자를 표현하는 한국어가 원,투,쓰리,포,파입 처럼 여러 음절을 쓰는 영어보다 숫자 단기 기억에 유리한 것도 이때문이다. 어쨌든 이 단기기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심적 표상이라는 장기기억의 구조물이다.
예를 들어 음운 연상법이라는 기억술을 연습해서 장기기억에 구조물을 만들어두면 더 많은 숫자를 한 번에 암기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7162534’를 각각 71(친일파) 62(유기견) 53(오삼불고기) 4(사과) 이미지로 변환해 ‘친일파 이완용이 유기견에게 오삼불고기를 먹이고 후식으로 사과도 주는 장면’을 떠올리면 훨씬 뚜렷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실제 기억력 대회를 보면 이런 식의 방법을 활용해 단시간에 수백 개의 숫자를 암기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초반에는 IQ같은 ‘재능’의 도움을 받으며 약간 앞서나갈 수는 있지만, 전문성은 결국 오랜 시간에 걸져 정교하게 형성한 심적 표상이라는 장기기억의 구조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이 구조물은 의식적 연습을 오랜 시간동안 반복함으로써 만들어진다. 따라서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전문가의 재능같은 것은 없다. 전문가가 될 때까지 오랜 시간 노력하게 만드는 기질과 환경 등의 요소가 있을 뿐이다.
참고로 심적 표상이 커질수록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 자체가 추상적으로 변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구체적으로 보면 단순해보이는 행동에도 ‘전선’, ‘가져가다’, ‘돌리다’처럼 뜬구름 잡는 단어를 쓰는 것도 그때문이다. 심적 표상을 통해 한꺼번에 떠오르는 모든 세부사항을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를 악용하는 사기꾼들이 일부러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것도 전문가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책의 한계와 결론
우리는 살면서 가끔 정말 구제가 안 될 것 같은 뒤떨어지는 재능을 만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를 극복하는 사례나 방법을 충분히 제시하지는 못한다. 심지어 1만시간의 법칙도 독일의 음악 수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다. 애초에 그들만큼 연습했음에도 해당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표본에서 제외됐다. 또한, 연습의 효과를 본 학생들만이 연습을 지속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표본 자체가 편향돼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 지루하고 힘든 의식적 연습을 견디게 해주는 동기부여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 동기부여를 다른 종류의 재능으로 치부하는 느낌이다. 노력하는 것 조차 재능이라는 확장된 재능론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다만 강한 동기는 있지만 재능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다. 또한 몰입과 집중, 어제보다 발전한 나, 더 효율적인 연습법 등에 대해 고민하는 성장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필독서이다. 특히 심적 표상이라는 개념은 인간 능력의 발달과 한계에 대한 관점을 트여줘서 ‘능력’을 이해하는 훌륭한 프레임이다. 원서도 잘 읽히는 편이고, 국내 번역도 잘 된 책이기 때문에 어떤 버전이든 추천할 만하다.